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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남자 간의 연애는 참으로 우스운 점이 많다

익명
2023-12-03 13:45 2,62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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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남자 간의 연애는 참으로 우스운 점이 많다. 어플과 게시판에서 섹스를 전제로 한 싸구려 만남을 가진 뒤, 상대의 외모가 마음에 든다 싶으면 대뜸 고백을 한다. 고백을 받아들이면 그날로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되는 것이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잘 해봐야 섹스 파트너, 그렇지 않으면 실낱 같이 이어져 있던 관계도 그대로 끊어지고 만다. 사랑의 결실로 섹스를 하는 평범한 연인들과는 달리 시작부터가 뒤틀리고 반대된 관계이자,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관계. 그것이 남자 간의 연애였고, 또 우리의 연애였다.



X와는 어플을 통해 만났다. 메시지가 오자 난 그에 답장했고, 서로 얼굴과 몸 사진을 교환한 뒤 X의 원룸에서 몸을 섞었다. 관계가 끝난 뒤, 내가 집에 가기 전 X는 나에게 사귀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나는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극적인 부분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커플 탄생의 순간이었다.



X와 나는 마치 진짜 연인이 된 것마냥 행동했다. 주에 한두 번 같이 밥을 먹고, 데이트 삼아 주변 산책로를 함께 거닐기도 했으며, 또 가끔은 서로의 집에 놀러 가 하루 종일 곁에 붙어 있기도 했다. 이런 웃기지도 않은 소꿉놀이를 끝내면, 마지막엔 언제나 질펀한 섹스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X를 만나기 전엔 언제나 관장을 했으며, X는 꼭 콘돔을 준비해 두었다. 전날 배가 아프면 아예 만남을 취소할 때도 왕왕 있었다. 섹스를 하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지, 사랑을 하기 위해서 섹스를 하는지. 이런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X는 나에게 곧잘 웃어주었다. 밥을 먹다가도, 같이 잠을 자다가도, 땀을 뻘뻘 흘리며 나의 엉덩이에 제 성기를 쑤셔 넣을 때조차도, 나와 눈이 잠깐이라도 마주칠라치면 X는 곧바로 웃음을 지었다. 희미한 미소일 때도 있었고, 환한 웃음이었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웃어준 X는 몸을 숙여 나에게 입을 맞추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X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땀과 마른 모래 냄새가 뒤엉킨, 다른 사람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무언가. 섹스를 할 때에는 맡지 못했던 일상 속 X의 냄새였다.



X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내가 X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라곤 이름, 더해서 나이 정도. 나머지는 간접적으로 알아내거나, 혹은 어렴풋한 추측뿐이었다. 궁금한 것은 많았다. 가족은 몇이나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전공은 무엇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하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X 또한 그런 것들을 나에게 묻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X는 마치 그런 것들을 연애를 하는 데에 있어서 불필요한 곁가지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대신 X는 다른 것들을 물어보았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식, 취미. 싫어하는 체위, 등. 어떤 영화를 좋아한다 말하면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개봉할 때 나를 영화관으로 부르기도 했고, 무슨 음식을 좋아한다 말하면 실력을 발휘해 보겠다며 요리에 열중하기도 했다. 맛있을 때도 있었고, 못 먹을 음식이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러면 X는 멋쩍은 듯 볼을 긁적이며 웃고는, 다음에는 제대로 잘 만들 자신이 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하곤 했다. 다음에는 꼭, 다음 번에는, 언젠가는. X가 자주 하던 말이었다. 마치 우리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것이고, 언제까지나 함께 있으리라고 믿고 있는 것만 같았다.

댓글목록1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23035
2023-12-03 13:58
그럼 우리 우연인것처럼 마주치고 사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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