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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무살 때 28살 남자를 만나게 된 과정

익명
2024-02-07 17:06 2,93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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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려서부터 20대 초반까지 참 힘들게 자랐고 말 못할 사건도 많았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남한테 털어놓지 않았고

남을 믿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행복한 모습만 보이려고 애썼다

누구에게 기대고 고민을 털어 놓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런 모습이 나스스로를 약해보이게 하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그렇게 20년동안 단단히 쌓아놓던 걸

한순간 그 남자한테 다 털어놔 버린 것이다.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오는데 형이 그랬다.

누구든 약해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당당하게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다 처음이었다.

남한테 이런 얘길 내뱉는 것도 남 앞에서 그렇게 운 것도

사람을 이렇게까지 동경하게 된 것도 처음이었어


"제일 친한 친구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담아두던 얘긴데

어째서 형 앞에서 이렇게 다 말해버린 거지?"

형이 날 안으면서 그랬다.

"날 좋아하니까?

맞으면 뽀뽀해줘"

그게 시작이었다 

정확히 내가 형을 좋아하나?라고 자각해버린 계기였다

하지만 나도 마냥 어리지만 않았고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나랑 나이 차이도 많이 나는 

그것도 남자를, 몇달 전까지 자기보다 연상의 능력있는 애인이 있었던 이 남자가

날 정말 진지하게 사랑하는지, 장난질인지 경계하고 의심하느라 믿을 수 없었다


어느날 갑작스럽게

"너 나랑 언제 사귈거야? 나 좋아하잖아" 라는 형의 말에

솔직하게 말했다

"난 형이랑 만나면 형 마음이 진심일까,

갖고 놀다 돌연 차갑게 돌아서면 어쩌나 항상 의심하고 불안할거야

믿을 수 없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데?

도서관에 꽂힌 책 고르듯 만나서 질리면 금방 반납해버리고 다를 걸 찾는

그런 가벼운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 안하니까

난 사랑이란 말 쉽게 안해"


사실 내 말의 요지는 '나 형 사랑 안해' 가 아니라 

'나한테 믿음을 줘' 였는데

그게 형한테 잘못 전달됐을까 혼자 당황했었다.

티는 안냈지만..

그런데 형은 별 것 아니란 듯이 웃더니

"그래서 그렇게 밀어내는 척 했어?

근데, 그렇게 탐색만 하다가는 시간만 흘러갈걸

나는 뭐가됐든 일단 부딪혀 봐야된다고 봐

상대를 알아가는건 행복할 수도 

때론 상처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 전부가 스릴이잖아. 넌 안 그래?"


그리고

첫키스였다.

몸이 달아올라 터져버릴 것 같았다

형이 웃었다

"너 귀까지 빨개졌어.. 창피해?"

진짜 창피했다

그런데 형이 그러더라

"사랑에 빠지면 원래 다 부끄럽고 창피한 거야"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런 내가 한심할 만큼.


지금은 헤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내가 이 밤에 지나간 일을 이렇게 쓰는 이유는

안 잊혀지니까..

잊으려고 했는데 오늘 우연히 마주치니까

다시 잊고 있던 기억까지 또 한번 헤집혀 버렸다


한심하다

사귀기 전에도, 사귈때도, 헤어져서도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한심할까

댓글목록2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54165
2024-02-07 17:10
호모가 동성으로서의 동경 + 남자로서의 애정까지 합해지면
잊기 힘듬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68669
2024-02-07 21:44
나년 쌌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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